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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라는 신체일부를 부각시켜 그리지만 나의 그림들은 모두 '부분 초상화'의 성격을 띄고 있다. 과거 많은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려왔고, 나 역시도 지금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샘이다. 다른 점이라면 모델의 주인공이 화가에게 의뢰하는 주문식이 아니라 나의 그림은 선택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가 그리고 싶은 사람들의 눈을 사냥한다. 화가가 만났던 사람들, 그들이 있던 곳에 화가가 있었다는 개인적인 일기로부터 그들과 대면했던 짦은 교감들을 이야기 한다.
사진으로 기록하고 작업실에서 부족한 부분을 수정한다. 사진상에 찍히지 않는 디테일을 보완하고 픽셀을 수많은 붓터치로 바꾼다. 색채에 민감하도록 훈련된 화가의 눈에 사진의 색상은 한없이 부족함으로 시진에서 얻을 수 없는 리얼이티를 회회로 살려내는 작업은 지금까지 회화에 안착하고 있는 화가의 핑계일지 모르지만 찰라의 미학과 긴 노동이 만들어 내는 미학에서 난 소재를 많은 시간 관찰하는 후가를 택하고 싶다.
흔히들 눈을 마음의 창이라 한다. 이 소재로 그림을 그리면서 참 많이 접한 이야기다. 간혹 진실이 아니라 거짓을 말하는 눈도 있지만 그 거짓까지도 표현하는 이 신체의 일부가 경이롭다. 시선을 그린 화가로써 가끔은 작품이 동물원의 동물처럼 감상의 대상이 아닌, 작품에게 관람자를 바라보는 기회도 주고 싶다.